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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여자들

그래비티북스

박문영 지음

2018-12-06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새로운 젠더감수성을 일깨우는
한국형 페미니즘SF

"난 남자만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게 된 것을 사랑할 뿐이야"

"그건 사랑이 아니라 관성이지"

재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응시하고 사랑하는 것을
지켜내려는 여성들의 위태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1회 큐빅 노트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파경』으로 수상을 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제2회 SF어워드 중편소설 분야에서 『사마귀의 나라』로 대상을 받은 박문영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실재하진 않지만 마치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것만 같은 소도시 '구주'. 이곳의 남성들이 흔적 없이 실종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실종의 원인을 사이비 종교의 범행에 있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집단 착란이라고도 한다.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외계 지성체의 존재는 구주 남성들의 실종 사건을 더욱 미궁으로 빠뜨린다. 사회의 순기능이라 여겨졌던 현상은 점점 여성들에게도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실종이 시작되자 남편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성연'. 그런 성연을 바라보며 성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희수'. 재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응시하고 사랑하는 것을 지켜내려는 이들의 위태로운 이야기가 박문영 작가의 유려한 필치로 담담히 펼쳐진다.

미학적 SF의 본질 『지상의 여자들』

다양한 감각이 치밀한 서사에 의해 한 편의 이야기로 어우러졌다.
외계 존재의 초자연적인 현상이 가져다주는 미스터리한 배경.
그 속에 우리가 보듬어야 할 연민과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지상의 여자들』은 고국을 떠나 낯선 타지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베트남 이주민 여성의 외로움. 세월과 함께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중년여성의 아픔 등, 우리 사회의 고통 받는 존재들에 대해 고스란히 직시하고, 따뜻한 내부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작가 박문영은 제2회 SF 어워드에서 중단편소설 분야에서 『사마귀의 나라』로 대상을 받으며, 환경사회학의 관점에서 원자력 문제를 차분하고 담백하게 풀어냈다. 이번 『지상의 여자들』 에서도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보여준다는 점은 기존 작품과 일치한다. 하지만 미스터리한 배경 속에서 연약한 존재에게 가해진 '폭력'이라는 삶의 무게를 박문영만의 날선 언어로 예리하게 구현했다는 점은 기존 작품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을 선사한다. 한편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성연'을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젠더감수성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일깨웠다는 점에서 작가가 지닌 단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외계 존재가 초자연적 현상을 일으키는 도시 '구주'.
이곳의 남성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구주의 낮과 밤은 서서히 여자들의 것이 되어간다.
어쩌면 이곳은 지금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시에 가장 먼 세상일 것이다.


안온했던 소도시 '구주'. 이곳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자주 윽박지르는 남성들이 한 명씩 실종하기 시작한다. 작은 보습학원 논술교사로 재직 중인 성연은 일 때문에 구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간 남편 형근의 안위를 걱정한다. 동시에 그가 부재한 구주에서 그동안 있었던 시모와의 갈등, 유약한 형근과의 관계를 다시금 그려보고, 자신에게 애정을 드러내는 친구 '희수'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다양한 실종의 원인 가운데, 남성성으로 그 원인을 규정지을 때, 구주는 재앙의 도시에서 여성들이 살기편한 도시로 재탄생 한다. 개인성을 존중하고 타자성을 지향하는 거의 '처음'과 다름없는 사회가 된 이곳, 구주에서 성연은 자신의 일상과 균열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넌 왜 우리가 가장 미워했던 사람처럼 굴지?
희수는 성연의 푹 꺼진 얼굴 앞으로 가까이 다가선 뒤 숨을 고르다 물었다.
이 와중에도 남자만을 사랑하다니 나는 네 시야가 너무 갑갑해.
난 남자만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게 된 것을 사랑할 뿐이야.
그건 사랑이 아니라 관성이지. (본문 중)

성연과 희수의 갈등이 깊어지는 사이. 구주시 남성 실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실종 원인을 구주의 무리했던 은강 보 건설로 인한 살충제 오염의 수질로 연구를 내놓는다. 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선 구주에 떨어진 운석과 거기 잔존했던 바이러스 혹은 박테리아가 특수한 방식으로 생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너무 놀라서 다 기억하긴 어려운데요. 그 사람이 그렇게 무서워하는 건 처음 봤어요. 옷이 얼룩덜룩 희길래 선녀벌레들이 붙었나 싶었어요. 근데 남편이 옷은 안 털고 먼 데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팔을 허우적대면서 춥다고, 너무 춥다고 했어요. 목이요, 자라 목이 쑥 빠지는 것처럼 늘어났어요. 누가 머리를 잡고 위로 당기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발이 땅에 휙 뜨더니 가 버린 거예요. 그거, 하늘로 솟구치는 놀이기구 있잖아요. 거기 탄 것 같아요.
(본문 중)

요새, 보루, 유토피아 같은 단어가 구주 앞에 붙었다. 구주는 여성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불리기 시작했다. 인구 유입은 아직 미비했다. 실종자가 성인 남성에서 다른 계층으로 확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사건이 구주에서만 벌어질 거라 확신할 수도 없었다. 생산 기반이 취약한, 늙고 한적한 땅은 말의 홍수로 출렁였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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